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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불안과 성장을 담아낸 두 편의 영화가 나란히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와 일본 영화 '해피엔드'입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야기이지만,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한 단면을 절묘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4월 말 개봉한 '해피엔드'는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 더욱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이 두 영화가 보여주는 청춘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요? 각각의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오늘날 청춘의 얼굴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브레이킹 아이스': 무기력 속에서 찾아낸 작은 온기

먼저 6월 4일에 개봉하는 영화 '브레이킹 아이스'입니다. 이 영화는 중국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부유하는 세 명의 청춘이 만나 서로에게 스며들며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그려냅니다. 흔히 청춘 영화 하면 떠올리는 달콤한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고 해요. 대신,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청춘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 집중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겉보기에는 괜찮아 보일지라도, 삶을 살아가는 불안 앞에서 누구나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레이싱 경기장의 대형 금고에서 일하는 글리마는 택배로 온 생일 케이크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케이크는 미용실에서 일하는 멜리가 보낸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들의 관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요. 흥미롭게도, 케이크를 보낸 것은 글리마가 레이싱 경기장의 대형 금고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멜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후 조 뱅의 두 동생이 씽크홀 공사장의 현금수송 파이프에 바퀴벌레를 들여보내는 계획을 실행하는데, 이것이 글리마에게 케이크를 보낸 것과 연결됩니다. 다음 날 직원들은 금고 안 케이크에 바퀴벌레가 가득한 것을 발견하고, 이때 해충 관리 회사 직원으로 위장한 조 뱅의 동생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작업을 마친 후 지미에게 '코드 핑크'가 떴다고 알리고, 지미는 다시 멜리에게 이 사실을 전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죠.

이처럼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를 드러냅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비싼 시계를 차고 좋은 직장을 다니더라도 삶의 불안 앞에서는 누구나 흔들릴 수 있으며, 꿈을 잃고 현실과 타협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간절히 바랐던 마음만은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냉담한 현실의 온도를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온기가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현실적인 분위기가 오늘날 청춘의 진짜 온도를 담고 있다는 평도 있답니다. 무기력함 속에서도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존재들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해피엔드':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성장통

한편, 지난 4월 말 개봉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일본 영화 '해피엔드'는 학교라는 시스템 안에서 청춘이 겪는 성장통을 그립니다. 영화는 유타와 코우라는 두 학생의 장난으로 시작됩니다. 이들이 교장의 차를 세로로 세우는 장난을 치면서, 화가 난 교장은 학교에 AI 감시 체계를 도입하게 됩니다. '패놉티(panopty)'라는 이름의 이 감시 시스템은 복장 불량, 교내 애정 행각, 심지어 쓰레기 하나를 버리는 것까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벌점을 매깁니다. 지진 이후 학교는 전시를 방불케 하는 파시스트적 지배 체제에 놓이게 되죠.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가장 큰 차별을 받는 대상은 비일본계 학생들입니다. 특히 국가 장학금 후보인 재일조선인 3세 코우는 재일 차별 문제에 직면하며 방황합니다. 영화는 코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학생들이 마주하는 장벽과 그 안에서 각자의 앞날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타와 코우의 관계 변화 역시 영화의 중요한 축입니다. 코우의 성장은 유타를 흔들고 상처 입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상처가 유타를 성장하게 만듭니다. 극 초반 유타가 코우에게 함께 가자고 매달렸다면, 마지막 장면에서는 코우의 제안을 유타가 거절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는 분리와 소외를 불안해하던 유타가 그 불안을 직면하고 통과해 나가며 홀로서기를 연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낭만의 방향이 달라 충돌하기도 하지만, 이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성장통이 됩니다.

'해피엔드'는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려는 혁명적인 시도보다는,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논하는 영화라고 합니다. 차별과 감시라는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두 영화가 말하는 오늘날의 청춘

'브레이킹 아이스'와 '해피엔드'는 서로 다른 배경과 서사를 가지고 있지만,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시기를 통과하는 청춘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브레이킹 아이스'가 무기력함과 현실의 냉담함 속에서 작은 관계의 온기를 찾는 데 집중한다면, '해피엔드'는 감시와 차별이라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정체성을 고민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두 영화 모두 완벽하게 정제되지 않고, 때로는 서툴고 상처 입기도 하는 청춘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모습이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입니다. '브레이킹 아이스'의 현실적인 분위기나 '해피엔드'에서 보여주는 유타의 취약성이 마치 내 이야기처럼 아름답고 애틋하게 다가온다는 평도 있더군요.

방향을 잃고 부유하는 듯 보이는 청춘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히고 시스템의 억압 속에서 흔들리면서도,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브레이킹 아이스'와 '해피엔드'는 오늘날 청춘이 겪는 다양한 층위의 불안과 어려움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관계의 소중함이나 스스로 일어서려는 내면의 힘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들입니다. 두 영화를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청춘 시절의 불안과 설렘, 그리고 성장의 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오늘날 청춘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으시다면, 이 두 영화를 관람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브레이킹 아이스 포스터해피엔드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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