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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영화 《The Substance》는 단순한 바디 호러 장르를 넘어서, 현대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외모 중심의 억압을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특히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사회적 시선을 비판하며, 존재의 의미와 자아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데미 무어(Demi Moore)의 파격적인 열연과 더불어, 여성의 몸이 사회와 맺고 있는 기형적인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 사회가 만든 ‘아름다움’이라는 규범

오늘날 우리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자율적이고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름다움은 매우 사회적이고 제도화된 규범입니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외모는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존재의 자격과 연결되곤 합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젊고 날씬하며, 매력적인 여성’을 이상적인 존재로 제시하며, 그에 부합하지 않는 몸과 얼굴에는 침묵하거나 무시합니다. 이는 광고, 영화, 미디어, SNS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화되어 왔습니다.

《The Substance》는 이러한 현실을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주인공은 중년의 여성으로, 더 이상 사회가 원하는 ‘이상적인 외모’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점차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서브스턴스’라는 수상한 약물에 기대어 젊음을 되찾으려 합니다. 이 장치는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수많은 여성이 겪는 외모 불안, 노화에 대한 공포, 그리고 사회적 투명인간화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젊음이라는 허상: 아름다움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서브스턴스를 복용한 주인공은 곧 전혀 다른 외모와 신체를 가진 ‘또 다른 나’를 얻게 됩니다. 이 새로운 존재는 더 젊고, 아름답고, 세상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모습입니다. 하지만 곧 이 ‘새로운 나’는 기존의 자신을 대체하려 하며, 둘 사이의 긴장감은 곧 충돌로 이어집니다.

이 설정은 외모를 바꾸기 위해 자기 자신을 억압하고 지워나가는 현대 여성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성형 수술, 다이어트, 피부 시술 등의 방식은 자율적인 자기 관리처럼 보이지만, 실은 사회가 강요한 외모 규범에 순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스스로의 몸을 상품처럼 다듬고 포장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아름다움은 결코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여성의 존재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The Substance》는 바디 호러 장르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몸이 복제되고, 파괴되고, 서로 충돌하는 이미지들은 단순히 시각적인 공포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나는 누구인가’, ‘내 몸은 나의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장치입니다.

이 영화에서 신체는 단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사회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여성상’에 맞추기 위해 조작되고 해체되어야 하는 대상입니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서도 여성의 몸은 사회적 기준에 따라 끊임없이 평가받고, 통제되며, 심지어 ‘관리’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두 개의 자아가 공존하고 충돌하는 과정은, 실제 삶에서 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내면의 분열을 상징합니다. 한쪽은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자아’이고, 다른 한쪽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입니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나이 듦에 대한 공포와 여성 혐오의 교차점

《The Substance》는 여성의 노화를 마치 제거해야 할 결함처럼 묘사하는 사회적 시선을 비판합니다. 실제로 대중문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대개 젊고, 생기 있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나이가 든 여성은 극히 제한된 역할만 부여받습니다. 반면, 나이 든 남성은 오히려 ‘중후함’, ‘지혜로움’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중 기준은 단순한 외모 차별이 아니라, 구조적 여성 혐오로 이어집니다. 《The Substance》는 바로 이 지점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사회는 여성을 단지 ‘젊고 예쁜 존재’로만 정의하고, 그 외의 모든 여성성은 지워버립니다. 이는 곧 여성에게 자아를 유지할 권리마저 박탈하는 폭력입니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매우 본질적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아름다워 지려 하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기 위해 나 자신을 포기하고 있는가?

《The Substance》는 이러한 질문을 시청자에게 강력하게 던집니다.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 정체성과 사회 구조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특히 여성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 마무리하며: 아름다움은 억압일 수도 있다

《The Substance》는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에 숨겨진 폭력과 억압을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젊음을 갈망하게 만드는 구조, 아름다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파괴되어 가는 자아. 이 영화는 바디 호러라는 장르적 틀을 통해,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온 ‘미’에 대한 기준을 전복하고 재해석합니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합니다. 과연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의 욕망을 따르고 있는가? 아니면 사회가 부여한 환상을 좇고 있는가?

아름다움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한 사회적 억압일 수도 있습니다. 《The Substance》는 그 불편한 진실을 우리 눈앞에 들이밀며, 침묵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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